‘선생님’ 조성진의 뜻밖의 조언…“너무 열심히 치지 마세요, 다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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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국제음악제에서 마스터클래스 ‘재능 기부’
조성진이 먼저 제안해 10대 연주자들 지도
“작은 음도 소중히 해야…음이 아니라 음악이 들리게”
“쇼팽은 노래하듯이, 라벨은 오케스트라처럼” 해석
“연습만 하지 말고 놀기도 해야”경험의 중요성도 강조
조성진이 29일 통영국제음악당 리허설룸에서 열린 마스터클래스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통영국제음악재단월드클래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피아노 선생님’으로 변신했다. 29일 통영국제음악당 리허설룸에서 가진 마스터클래스에서다. 이는 27일 개막해 다음 달 5일까지 이어지는 통영국제음악제의 후진 양성 프로그램 중 하나다.
바쁜 해외 일정을 쪼개 매년 한국 무대를 찾는 조성진이지만 마스터클래스는 드물었다. 2년 전 크레디아 창립 30주년 기념으로 마련된 행사가 국내선 유일했다. 더구나 이번 클래스는 조성진이 먼저 제안해 성사돼 더욱 특별한 시간이었다. 그가 쇼팽 콩쿠르 우승 이후 11년 간 쌓은 음악적 내공과 경험을 후배들과 나누는데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성진이 29일 통영국제음악당 리허설룸에서 열린 마스터클래스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통영국제음악재단
조성진이 29일 통영국제음악당 리허설룸에서 열린 마스터클래스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통영국제음악재단참여 학생들은 국제 콩쿠르에서 두각을 나타낸 박해림, 이주언, 홍석영 등 10대 유망주 3명이었다. 학생이라고 말하기 무색할 정도의 실력자들이다. 홍석영은 2023년 15세의 나이로 반 클라이번 주니어 콩쿠르 우승을 차지한 후 미국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수학하며 연주활동을 해오고 있다. 2023년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한 이주언은 이달 미국 힐튼 헤드 국제 피아노 콩쿠르 영아티스트 부문에서 우승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박해림 역시 주하이 모차르트 국제 청소년 피아노 콩쿠르 등에서 입상했다.
마스터클래스 신청자 60여 명 중 통영국제음악재단측이 1차로 13명을 추렸고, 이중 조성진이 선택해 이날 수업을 받을 행운을 누리게됐다. 또 재단측이 인스타를 통해 모집한 일반 참관인 약 80명도 함께 클래스를 지켜봤다.
학생들은 준비해온 곡은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과 피아노 소나타 3번,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 중 ‘스카르보’였다. 쇼팽 스페셜리스트이자 지난해 라벨 음반을 낸 조성진으로부터 특훈을 받기 위해 고른한 곡들이었다. 특히 쇼팽 피아노협주곡 1번은 그가 2015년 쇼팽 콩쿠르 우승곡이기도 하다.
이날 마스터클래스는 조성진의 음악에 대한 해석, 연주하는 방식, 연습하는 방법을 그로부터 직접 들을 수 있는 귀한 기회였다.
워낙 수줍어하는 성격인데다 겸손하기까지 한 조성진은 3시간에 가까운 클래스 내내 “이런 말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이건 제 그냥 제 생각이에요”를 거푸 말하면서도 꼼꼼하고 섬세한 스승의 면모를 보였다. 그는 악구와 음표 등을 하나씩 짚어가며, 학생들에게 다시 연주하라고 주문하거나 직접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저라면 이 부분에선 페달을 밟지 않고 말하듯이 치겠어요. 작은 음 하나하나에도 의미를 담아야 해요. ‘피아노’는 마치 속삭이듯이, ‘포르테’는 단순히 세게가 아니라 웅장하게 표현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가 학생들에게 잠깐씩 시범을 보일 때는 ‘같은 악보로 이렇게 다른 연주를 할 수 있구나’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게 했다. 이날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이 대단한 실력자들임에도 피아니스트들의 우상인 조성진 앞에서 긴장한데다, 이제 막 성장해가는 연주자들이어서 테크닉은 뛰어나지만 표현이 경직된 면을 보이기도 했다. 이를 잡아주면서 잠시 보여준 조성진의 피아노는 쎄게 치지 않아도, 또렷히 들렸고 어느 한구절도 이유 없이 흘려 치는 법이 없는 그야말로 ‘명품 연주’였다.
조성진이 29일 통영국제음악당 리허설룸에서 열린 마스터클래스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통영국제음악재단
조성진이 29일 통영국제음악당 리허설룸에서 열린 마스터클래스에서 학생들의 연주를 듣고 있다. /통영국제음악재단그는 악보에 써 있는 음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치라고 조언하면서도, “음표는 음악을 전달하는 도구”라며 “음이 아니라 음악이 들리게 하라”고 강조했다. 학생들에게 곧잘 “이 부분은 무슨 생각하면서 쳤나” “여기는 어떤 느낌이 드나” 등을 질문했다.
작품에 대한 생각도 풀어냈다. 쇼팽 피아노 협주곡은 노래하듯이, 말하듯이 쳐야하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후기 쇼팽곡에 대해서는 구조가 복잡하고 환타지적인 요소가 많으니, 미묘한 화성을 살려서 치여 한다는 생각을 전했다. 라벨에 대한 해석도 흥미로웠다. 그는 “라벨은 오케스트라와 같은 다양한 색깔이 드러내야 한다”며 “팀파니, 오보에 같은 다양한 악기를 연주한다는 의식을 갖고 악보를 읽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음악가의 태도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조언을 건넸다. 긴장해서 실수를 반복하는 학생에게는 “틀리는 것이 자신감 없는 것보다 낫다”며 당당한 태도를 강조했다. 또 “피아노를 치면서도 지휘자가 된 것처럼 곡 전체를 바라보며 연습해보라”는 팁도 전했다.
무엇보다 후배 음악가들을 위한 애정 어린 조언이 이목을 끌었다. 이날 가장 어린 참가자인 15세 이주언의 바흐 연주를 들은 뒤 그는 한참 골똘히 생각하다 질문을 던졌다. “하루에 피아노를 얼마나 쳐요? 연습하지 않을 때는 뭐해요?” 하루 6시간 연습하고 그 외에는 특별한 활동이 없다는 답에 그는 “나도 그렇다”며 웃으며 말문을 열었다. “꼰대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너무 열심히 치지 마세요. 다른 사람들의 공연도 많이 보고, 사람들과 어울려 놀기도 하세요. 그래야 음악에 질리지 않고 오래 할 수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눈앞의 연습이나 콩쿠르에만 몰두하지 말고 멀리 보라는 뜻을 전한 것이다.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이주언은 “너무 떨렸다”면서도 “음악가로서 많은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조언을 깊이 새기겠다”고 말했다. 박해림은 “거의 매일 들을 정도로 존경하는 피아니스트에게 직접 배워 믿기지 않을 만큼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재단 관계자는 “음악제 공연 무대가 결정된 후 조성진이 직접 마스터클래스를 열고 싶다고 전해왔다”며 “순수한 재능기부로 이뤄진 이번 클래스는 그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조성진은 2년 만에 통영국제음악제의 주요 연주자로 무대에 오른다. 개막 공연에 이어 30일 리사이틀에서는 바흐, 슈만, 쇤베르크, 쇼팽 등 고전부터 현대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조성진이 29일 통영국제음악당 리허설룸에서 열린 마스터클래스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통영국제음악재단
조성진이 29일 통영국제음악당 리허설룸에서 열린 마스터클래스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통영국제음악재단
조성진이 먼저 제안해 10대 연주자들 지도
“작은 음도 소중히 해야…음이 아니라 음악이 들리게”
“쇼팽은 노래하듯이, 라벨은 오케스트라처럼” 해석
“연습만 하지 말고 놀기도 해야”경험의 중요성도 강조
바쁜 해외 일정을 쪼개 매년 한국 무대를 찾는 조성진이지만 마스터클래스는 드물었다. 2년 전 크레디아 창립 30주년 기념으로 마련된 행사가 국내선 유일했다. 더구나 이번 클래스는 조성진이 먼저 제안해 성사돼 더욱 특별한 시간이었다. 그가 쇼팽 콩쿠르 우승 이후 11년 간 쌓은 음악적 내공과 경험을 후배들과 나누는데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마스터클래스 신청자 60여 명 중 통영국제음악재단측이 1차로 13명을 추렸고, 이중 조성진이 선택해 이날 수업을 받을 행운을 누리게됐다. 또 재단측이 인스타를 통해 모집한 일반 참관인 약 80명도 함께 클래스를 지켜봤다.
학생들은 준비해온 곡은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과 피아노 소나타 3번,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 중 ‘스카르보’였다. 쇼팽 스페셜리스트이자 지난해 라벨 음반을 낸 조성진으로부터 특훈을 받기 위해 고른한 곡들이었다. 특히 쇼팽 피아노협주곡 1번은 그가 2015년 쇼팽 콩쿠르 우승곡이기도 하다.
이날 마스터클래스는 조성진의 음악에 대한 해석, 연주하는 방식, 연습하는 방법을 그로부터 직접 들을 수 있는 귀한 기회였다.
워낙 수줍어하는 성격인데다 겸손하기까지 한 조성진은 3시간에 가까운 클래스 내내 “이런 말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이건 제 그냥 제 생각이에요”를 거푸 말하면서도 꼼꼼하고 섬세한 스승의 면모를 보였다. 그는 악구와 음표 등을 하나씩 짚어가며, 학생들에게 다시 연주하라고 주문하거나 직접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저라면 이 부분에선 페달을 밟지 않고 말하듯이 치겠어요. 작은 음 하나하나에도 의미를 담아야 해요. ‘피아노’는 마치 속삭이듯이, ‘포르테’는 단순히 세게가 아니라 웅장하게 표현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가 학생들에게 잠깐씩 시범을 보일 때는 ‘같은 악보로 이렇게 다른 연주를 할 수 있구나’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게 했다. 이날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이 대단한 실력자들임에도 피아니스트들의 우상인 조성진 앞에서 긴장한데다, 이제 막 성장해가는 연주자들이어서 테크닉은 뛰어나지만 표현이 경직된 면을 보이기도 했다. 이를 잡아주면서 잠시 보여준 조성진의 피아노는 쎄게 치지 않아도, 또렷히 들렸고 어느 한구절도 이유 없이 흘려 치는 법이 없는 그야말로 ‘명품 연주’였다.
작품에 대한 생각도 풀어냈다. 쇼팽 피아노 협주곡은 노래하듯이, 말하듯이 쳐야하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후기 쇼팽곡에 대해서는 구조가 복잡하고 환타지적인 요소가 많으니, 미묘한 화성을 살려서 치여 한다는 생각을 전했다. 라벨에 대한 해석도 흥미로웠다. 그는 “라벨은 오케스트라와 같은 다양한 색깔이 드러내야 한다”며 “팀파니, 오보에 같은 다양한 악기를 연주한다는 의식을 갖고 악보를 읽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음악가의 태도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조언을 건넸다. 긴장해서 실수를 반복하는 학생에게는 “틀리는 것이 자신감 없는 것보다 낫다”며 당당한 태도를 강조했다. 또 “피아노를 치면서도 지휘자가 된 것처럼 곡 전체를 바라보며 연습해보라”는 팁도 전했다.
무엇보다 후배 음악가들을 위한 애정 어린 조언이 이목을 끌었다. 이날 가장 어린 참가자인 15세 이주언의 바흐 연주를 들은 뒤 그는 한참 골똘히 생각하다 질문을 던졌다. “하루에 피아노를 얼마나 쳐요? 연습하지 않을 때는 뭐해요?” 하루 6시간 연습하고 그 외에는 특별한 활동이 없다는 답에 그는 “나도 그렇다”며 웃으며 말문을 열었다. “꼰대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너무 열심히 치지 마세요. 다른 사람들의 공연도 많이 보고, 사람들과 어울려 놀기도 하세요. 그래야 음악에 질리지 않고 오래 할 수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눈앞의 연습이나 콩쿠르에만 몰두하지 말고 멀리 보라는 뜻을 전한 것이다.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이주언은 “너무 떨렸다”면서도 “음악가로서 많은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조언을 깊이 새기겠다”고 말했다. 박해림은 “거의 매일 들을 정도로 존경하는 피아니스트에게 직접 배워 믿기지 않을 만큼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재단 관계자는 “음악제 공연 무대가 결정된 후 조성진이 직접 마스터클래스를 열고 싶다고 전해왔다”며 “순수한 재능기부로 이뤄진 이번 클래스는 그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조성진은 2년 만에 통영국제음악제의 주요 연주자로 무대에 오른다. 개막 공연에 이어 30일 리사이틀에서는 바흐, 슈만, 쇤베르크, 쇼팽 등 고전부터 현대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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