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디애나대 교수된 김택수 작곡가 “마감은 영감의 원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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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이 영감의 원천이죠. 기본적으로는 강의하는 날과 작곡하는 날을 나눠보려고 하는데, 급하면 그냥 씁니다.(웃음) 공항 라운지나 기차에서도 노트를 펴요.”
오는 8월 1일자로 미국 인디애나 음대 교수로 임용된 한국계 미국인 작곡가 김택수(45, 샌디에이고대 교수)는 지난달 31일 줌 인터뷰에서 왕성한 활동의 비결을 묻는 말에 의외로 평범한 답을 내놨다. 그는 지난해에만 ‘들풀’ ‘키메라 모음곡’ ‘온고잉(Ongoing)’ 등 9개의 위촉 신곡을 쓴 ‘다작가’다. 뉴욕 필하모닉, LA 필하모닉,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앙상블 모데른 등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연주단체가 꾸준히 그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올해는 경사가 겹쳤다. 지난달 미국 예술문학원 ‘올해의 음악상’을 수상한 데 이어, 모교(박사과정)인 인디애나 음대 교수 임용이 발표됐다. 인디애나대 음대는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 트럼페티스트 크리스 보티 등 세계적인 뮤지션 뿐만 아니라 전 경희대 음대 학장이자 한국 첼로계의 대모 이종영, 1999년 당시 서울대 음대 최연소 교수로 임용된 피아니스트 최희연 등 한국 클래식계를 이끄는 아티스트들을 배출해 낸 명문대다.
“미국으로 유학 왔더니, 다들 제 음악을 듣곤 ‘이건 너의 무엇에 관한 것이냐’라는 질문을 많이 던지더라고요. 한때 금방 답하지 못했던 이 질문들에 대한 답으로, 제 일상에 대한 소재들을 곡으로 가져왔어요. 클래식 음악이 거창한 무언가를 담아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는 오히려 작은 것에 귀를 기울이려고요.”
김택수가 음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스물세 살부터다. “영재가 없다”는 작곡계에서도 보기 드문 ‘슬로우 스타터’다. 그는 서울과학고 재학 시절 국제화학올림피아드에 나가 은메달을 땄고 서울대 화학과에 진학했다. 그러다 대학 시절 찬양 예배로 유명한 한 기독교 동아리를 만나며 인생이 확 바뀌었다. 졸업 무렵엔 재즈 음악을 하겠단 생각을 굳히고, 무작정 서울대 작곡과 건물을 찾아갔다. 어렵게 대면한 전상직 교수는 작곡과 전공수업 청강을 허락해줬다.
“너덧 살 어린 03학번 새내기들과 함께 작곡과 수업을 듣기 시작했어요. 수업이 어렵지만 재밌었죠. 한창 음악적 갈증이 심할 때였거든요. 다행히 교수님들이 제 호기심 어린 모습을 좋게 봐주셨어요. 아마 예중, 예고, 대학교 입시를 거치며 지칠대로 지쳐있던 1학년들에 비해 이것저것 관심갖고 질문하는 제 모습을 긍정적으로 봐주신 것 같아요. 결국 이듬해에 편입 시험을 봐서 진짜 작곡과 학생이 됐죠.”
이후는 승승장구였다. 2006년 중앙음악콩쿠르에서 작곡부문 대상을 수상한 그는 서울대 대학원에서 석사,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시기부터 작곡가 진은숙이 서울시향과 함께한 현대음악 연주 프로젝트 ‘아르스노바’의 일환으로 레슨을 받기도 했다. 2018년 이후 미국에서 주로 활동하며 뉴욕주 시러큐스대, 샌디에이고주립대에서 교수로 일했고, 2021년엔 한국인 최초 버를로우 작곡상을 수상했다.
김택수는 진은숙 등 스승들의 가르침이 자신을 성장시켰다고 말했다. “선생님은 제게 프로 작곡가의 삶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준 분이에요. 그렇다고 음악적 조언도 대충하지 않으셨어요. 언젠가는 연주 차 간 프랑스에서 선생님을 만나 연주를 두 달 정도 앞둔 곡을 보여드린 적이 있어요. 선생님이 악보를 쭉 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으신 채 한숨을 푹 쉬고는 ‘연주 미룰 수 없겠니’ 하셨어요. 정말 사형 선고를 받은 기분이었어요.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울면서 처음부터 다시 썼습니다. 그렇게 죽다 살아난 경험을 몇 번 하면서 많은 걸 배웠죠.”
두 달 후부터 본격적으로 인디애나 대학에서 교편을 잡을 그의 또 다른 고민은 한국의 후배 작곡가들과의 상생이다. “2021·2023년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에서 신진 작곡가 교육 프로그램 ‘작곡가의 아틀리에’를 진행하면서 한국에 너무나 재능 있는 학생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들과 어떻게든 다 같이 잘 될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저 역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등의 상주작곡가 제도를 통해 많은 걸 배운 사람이잖아요. 제게 온 좋은 기회를 꼭 후배들에게 돌려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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